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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서를 바꾸었다. (feat. job posting)
    취업, 직장/나의 이야기 2022. 2. 9. 22:53

    작년 8월 이런 저런 일들로 부서를 바꾸든, 이직을 하든 둘 중 하나는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었다. 화학 약품을 다루는 일 자체의 리스크로 더 이상 일을 지속하는 것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좋지 않다는 생각을 했었고 거기에 교대근무나 커리어적인 측면에서 많은 고민이 잇따랐다.

     

    그러던 도중 9월 사내 공모제도가 열려 지원했고 서류 및 면접 전형을 통과해 같은 층의 타부서로 옮겨가게 되었다. 양날의 검이라는 사실을 알고 도전했기에 이후 발생한 다양한 새로운 문제들에 관해서는 따로 언급하고 싶지 않다. 다만 내가 배운 것은 비슷한 수준의 부서로 이동했을 때 어떤 장점이 있다면 그에 상응하는 단점이 숨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러나 큰 단점이 새로 생긴다고 해서 그에 상응하는 좋은 점이 있지는 않은 것 같다. 그래서 늘 이런 삶의 모습을 바꾸는 굵직한 선택들에는 보다 신중한 편이 좋은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신중해서 시간이 지나 기회를 놓치는 것보다 우선 질러놓고 그 다음 생각을 하는 편이지만.

     

    이 사내 공모제도에 대해서도 사실 할 말이 많다. 전 팀장으로부터의 날카로운 질문들, 1시간이 넘도록 이어진 면접 후 남은 것은 공허함과 허탈함밖에 없었다. 막상 3개월 남짓 되는 지금 시점에서 생각해보면 그가 했던 이야기들이 마냥 부서 전환에의 의지를 꺾기 위함은 아니었음을 깨닫는다.

     

    그렇게 부서를 바꾸고 교육이 시작되었을 때 적어도 내가 합격한 절반 이상의 이유가 가려고 했던 부서의 인력 부족임을 알게 되었다.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도 못한 채로 우선 실무에 던져졌고 이전 부서와는 사뭇 다른 접근방식에 한동안 적응도, 퇴근도 제때 하지 못했다. 주먹구구식 업무 교육 방식이 이전 부서 대비 큰 차이가 없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선배들은 다들 최소 2인분씩은 하고 있고 나를 가르쳐 줄 것은 호기심과 질문이 전부라고 봐도 무방한데 이는 직장인이라면 당연한 특성이 아닐까- 지금에 와서야 생각해본다.

     

    그리고 2022, 지금은 또 새로운 준비를 하고 있다. 위에서는 언급하지 않은 몇 가지 이유로 이직을 생각하게 된 것이다. 이번에는 업계 자체를 바꾸는 도전이다. 취업 그 자체도 굉장히 높아 보이는 벽이었으나 올라가 문을 열고 들어가자 가능성의 폭이 줄어들고 시야가 좁아지며 내가 생각하는 것과 약간은 다른 방향으로 인생이 흘러가는 것을 점점 더 막을 수 없는 기분이 든다. 너무 늦어지기 전에 기회가 찾아왔고 합격이든 불합격이든 지금 시장에서 반도체 업계 내에서만 머물렀던 내 가치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해보는 시간을 가지고 있다.

     

    한 번에 내가 좋아하는 일, 커리어가 되는 일, 비전이 있는 일을 찾고, 그것을 좋은 선배, 좋은 리더와 함께 할 수 있는 직장을 찾는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저 중 몇 가지를 내가 더 우선하는 가치와 타협하며 조금씩 포기해야하는데 이것 또한 쉬운 일은 아니다. 그저 묵묵히 길을 만들어 나간다. 오랫동안 쉬는 한이 있어도 가야할 곳이 어디인지를 잊지 않는다면 그곳에 도달하는 것은 시간의 문제일 뿐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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