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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를 지켜낸다는 것' 책 리뷰
    리뷰/책 리뷰 2020. 12. 27. 06:53

    칭화대 10년 연속 최고의 명강, 수신의 길.

    <나를 지켜낸다는 것>을 읽고.

     

    수신의 길. 나를 지켜낸다는 것.

    사람이 닭이나 개를 잃어버리면
    곧 찾을 줄 아나,
    잃어버린 마음은 찾을 줄을 모른다.
    학문의 도는 다른 것이 아니다.
    그 잃어버린 마음을 찾는 것뿐이다.
    -맹자-
    (책 관련내용: 151pg)

     

     

    몇 권의 책을 읽고 또 읽어도 결국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스스로의 모습을 우리는 종종 발견하게 된다. 나는 해마다 연말이 다가오면 그 해에 썼던 글들을 읽어보며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살펴보고 앞으로 어떤 변화가 있을지 예측해보곤 하는데 그럴 때마다 드는 생각은 사고방식에 큰 발전이 없었다는 것이다. 발전이 없기만 하면 다행이다. 몇 달 전에 적은 일기를 보며 퇴보했다는 생각마저 들 때가 많다. 알고 보니, 고심 끝에 내린 결론과 삶의 이정표들을 순간의 불안감을 떨쳐내기 위해 사용했던 탓에 그 시기만 극복하고 나면 결국 같은 모습으로 남게 되었던 것이다.

     

     

    배우고 경험한 일들에 대해서 교훈을 찾았다면 그 마음을 조심히 지키며 천천히 나아가야 할 지언데. 마음을 하나 둘 놓아버리는 것에는 무감각했기에 벌어진 일이다. 핸드폰이나 지갑을 잃어버렸다가 우여곡절 끝에 다시 찾아낸 경험을 상기해보면 방심(放心)’때마다 경각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발전해 달라진 자신을 마주하고 싶다면 마땅히 자라나는 과정을 거쳐야한다. 건강한 마음의 씨앗을 심기만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라 물을 주고 혼자서 튼튼히 자랄 수 있을 때까지 돌보아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긍정적인 생각이나 습관이 형성되기 시작할 무렵 너무 천천히 자란다고 해서 들여다보며 줄기를 뽑아 올리는 행위도 삼가야한다. 조바심은 새싹에게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성장에 대한 욕심이 크면 그만큼 자신에게 실망을 하기 쉽고 그것이 심해지면 스스로를 과소평가하거나 우울감에 젖어들 수 있다. 적당히 욕심을 덜어내는 것이 오히려 잘 자랄 수 있는 요건이 되는 것이다.

     

     

    이처럼 마음을 잃어버리지 않고 서두르지 않으며 천천히 발전해나갈 것을 격려해주는 내용은 내게 영감을 주었으나 책 전반에 걸쳐 주로 설명되었던 대장부의 기질, 호방한 기개는 나의 현실과는 이질감이 드는 내용들이었다. 책의 제목은 수신의 길로 나를 지켜내는 방법에 대해서만 이야기 할 줄 알았으나, 정작 문헌으로 남아 이상적인 모습이 극대화 된 선현들이나 역사 속 대장부의 모습을 가지고와 그런 모습을 마땅히 따르고 체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두가 학일 때, 눈에 띄는 것은 오히려 닭이 된다. 내가 좇고 있는 이라는 상징이 과연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가? 그것은 허상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군계일학에서 학을 대원수로, 닭을 농부로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역사가 증명하듯 모든 전쟁에 있어 뛰어난 전략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식량의 배급이고, 따라서 대원수의 위치에서 십만의 대군을 지휘하는 자와 앉은 자리에서 천리를 내다보는 책략가가 있다하더라도 양질의 곡식을 위해 묵묵히 일하는 농사꾼이 없다면 승리는 불투명하게 된다. 그러나 통상 농사꾼을 대장부로, 학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묵묵히 일했던 농사꾼의 정성은 대장부의 호방한 기개에 비해 퇴색되어 보이고 그로 인해 글 짓는 이들의 서적에서 자주 다루어지지는 못한다.

     

     

    이러할진대 옛 문인들의 어려운 한문 글귀들로 가득 들어찬 이 책이 썩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어떤 사람의 어떤 말이라도 책에 올리고 그럴듯한 설명으로 뒷받침하면 맞는 말이 된다. 어떤 식으로든 좋게 해석하면 좋은 글귀가 되고 그렇지 않게 해석하면 트집을 잡을 수 있다. 책 전반에 등장하는 여러 글귀가 마음에 들지 않는 다는 것이 아니다. 그것을 맹목적으로 좋게 생각하고 따라야 한다는 식으로 풀어놓은 책의 설명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았을 뿐. 지나치게 높은 이상향을 두고 그것을 바라보며 자신과 그 목표의 괴리감을 통해 고통스럽게 살아가는 것을, 나는 추구하지 않을 뿐이다.

     

     

    이는 내가 좋아하는 불교적 교훈들 가운데 하나와도 맞물리는데 자신이 대단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인식하면 그때부터 괴로워할 일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인정하지 못하겠다면 이상향으로의 노력을 시도하면 된다. 시도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마음이 내키는 대로 하되 선택에 대한 책임은 괴로워하지 않을 것이다. 어떤 선택을 해도 괴로워하는 것이 우리의 어리석은 모습이기 때문이다.) 나를 인정하게 되면 실패하더라도 슬퍼할 필요가 없어지게 된다. 누군가의 생각을 지나치게 따르고 생각하며 괴리감에 괴로워할 밖에야 내가 행할 수 있고 내 마음에 남는 구절 하나를 가져와 자양분으로 삼는다면 그것으로 족하지 않은가,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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