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새로운" 무의식- 레오나르드 믈로디노프
    리뷰/책 리뷰 2020. 10. 18. 17:32

     

    <"새로운" 무의식- 감정, 기억, 생각과 그 기저의 무의식>

     

    "새로운" 무의식

     

     

    "믈로디노프는 과학을 쉽고 흥미진진하게 설명하는 데에 결코 실패하지 않는다." -스티븐 호킹. 그의 한마디를 읽은 사람이라면, 호킹 역시 물리를 일반인이 접근하기 쉽게 소개한 저서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독자들은 높은 신뢰도를 가지고 이 책을 읽을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책을 선택한 후에 추천 글을 나중에 발견했다. 책 선택력(?)을 호킹에게 인정받은 기분이 잠시 들었다.

     

     

    정신분석과 뇌 과학에 모두 흥미 있어 하는 일반인이 읽기에 적합한 책이다. 글 중간 중간에 피식 웃음을 지을 수 있는 요소가 많다. 그의 다른 저서인 춤추는 술고래의 수학이야기를 읽어보고 싶을 정도다. 순서와 구성이 잘 짜 맞추어져 있어 이 책 한권만으로도 여러 관점들을 가지기에 부족함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권 더 추천하고 싶은 책은 ‘세뇌(샐리 사텔, 스콧 O.릴렌펠드)’ 이다. 이 책은 발전해가는 'fMRI기술과 뇌 과학의 상호작용'이 과대평가되고 있다는 점을 책 전반에 걸쳐 비판한다. 혹여나 생겨날 수 있는 현대 기술과 '뇌'라는 분야에 있어서의 정복도에 대한 착각(현실은 거의 알고 있는 사실이 없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지만 뇌라는 영역을 곧 정복할 수 있다는 착각)을 방지해 줄 수 있을 것이다. 책을 읽어보면 알 수 있겠지만 이런 종류의 착각은 뇌 과학을 연구하는 사람들에게나 유용한 착각일 것이다. 포기하지 않고 정진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

     

     

    무의식은 인간 의식의 역치(생물이 외부환경의 변화, 즉 자극에 대해 어떤 반응을 일으키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자극의 세기-네이버 지식백과) 아래 잠겨있는 것이라고 설명하며 시작된다.무의식이 감각기관의 역치부터 시작해 생각과 기억, 감정의 영역에까지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가 책의 전반적 내용이다. 그는 무의식이 '부지불식'간에 작용한다고 한다고 표현했다. 그러한 작용은 실제 생존에 접목시켜 이해하기 위한 뇌의 방편이라는 데서, 시각정보가 무의식적 처리과정을 거쳐 의식의 수면에 떠오르는 기전은 받아들이기 쉬웠지만 기억이나 생각의 부분에 있어서는 진화의 산물이라 해도 아쉬운 점이 있었다.

     

     

    관련하여 소개하고 싶은 유명한 실험으로는 이성의 외모에 대한 호감도를 설명하는 실험이다. 여러 장의 사진을 보여주고 하나를 선택하게 한 다음 그 사진을 다른 사진으로 바꿔치기하고 그것을 보며 선택한 이유를 설명하게 하는 것이다. 대다수의 실험대상자는 그럴듯한 이유를 대며 자신의 선택을 합리화한다. 기호에 따른 선택이라고, 그리고 그 기호가 분명하며 이유가 있다고 믿지만 그렇지 않은 것이다. 이는 선택에 있어서 사람이 진정으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무의식적 기호에 대한 의식적 표현의 영역이 사실상 아무런 의미를 가지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기억에 있어서의 착각은 사람의 기억이 기계가 사건을 기록하는 방식과 같은 맥락으로 저장된다는 생각에서부터 비롯된다고 한다. 그러나 현실은 주관적으로 쌓아온 생각에 의해 조작되어 기록되는 것이 사실이다.목격자들에게 있어 가장 신뢰할 수 있는 그들의 기억에서 조차 그들 자신의 주관적인 편집(선택을 합리화하듯, 마치 작화증과도 유사한)을 거치지 않는 경우가 드물다는 점에서 안타까운 일이다. 결백 프로젝트라는 단체의 조사에서는 DNA수사가 진행되며 무죄 방면된 사람들 중 75 퍼센트가 목격자의 부정확한 진술로 인한 수감자였다고 한다.

     

     

    사람의 감정 또한 어떤 사건에 대한 인식을 통해 생리적인 반응이 일어나고 그 반응을 설명(합리화)하기 위한 도구로써 쓰인다는 이론이 대두되고 있다고 한다.알려진 예로 '흔들리는 다리위에서 설문조사 하기' 실험이 있다. 이 책에서 새로이 알게 된 실험도 인상 깊었다. 아드레날린을 주입하고 나서 감정변화를 살펴보는 것인데 본인에게 주입된 약물과 그 약물의 효능을 실험에 앞서 알려주면 알려주지 않은 집단과 달리 실험과정(시나리오)에 따른 감정 변화가 유도되지 않았다. 진짜라고 생각하는 ‘감정’이라는 영역에 있어서도 단순히 생리적 반응일 수 있다는 사실이 ‘사람이 얼마나 육체에 얽매여 있는가.’라는 조금은 아쉬운 생각이 들게 했다.하지만 이는 생리적 반응에 대한 인지만으로 그것에 흔들리지 않을 수 있다는, 즉 감정을 학습을 통해 조절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 좋은 실험결과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비슷하게 결론지어지는 감각(인지)에 있어서의 착각은 '감각, 착각, 환각- 최낙언'에서 읽었던 설명이 적합할 듯하다. 영국의 행동 동물학자가 했던 실험 중 정점이동효과에 대한 실험이 있다. 바다갈매기 새끼가 어미 부리의 붉은 점을 쪼아 먹이를 얻는 행위를 토대로 진행한 실험인데 점의 개수를 늘린 막대를 진짜 부리에 비해 더 많이 쪼게 된다는 실험이다. 우리는 여기서 정점(붉은 점)이 이동되어 초정상적인 자극을 찾는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저자는 이것을 사람에 비유하여 인간이 좋아하는 속성을 과장한 시대에 살고 있다고 말한다. 이른바 초정상 자극의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이다. 맛의 본질은 '적당한 영양분을 섭취하도록 권장하기 위해 만들어진 쾌락'이라고 설명한다. 이를 이해한다면 초정상 자극을 찾아 헤매며 건강과 괴리되는 행위를 하는 것을 방지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내용이다.기호에 맞는 외모가 과장되어 루키즘이 만연하고 있고 패스트푸드가 성행을 하고... 등등이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지구촌이라는 거대한 문화권이 점차 비슷한 성격을 띄어감에 따라 여러 초정상적 자극의 선호에 대한 문화적 세뇌로부터 자유로워지기는 힘들겠지만 그것에 자신이 영향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으로 더 나은 가능성을 가지게 될 것이다.

     

     

    관계에 있어 무의식적 편향을 극복하는 법에 대한 내용은 얼마 전에 리뷰 했던 책 'blind spot'(책 리뷰 링크: http://bookthink.tistory.com/4) 과도 맞닿아 있는 부분이 있었다. 어떤 개인을 만날 때 처음에 가지고 있는 무의식적 편향("새로운" 무의식의 저자는 이를 사회적으로 부과된 부정적 특징이라 설명한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그 사람을 사람 대 사람으로 개인적인 만남을 통해 알아가는 것이 해독제가 될 수 있다고 한다. 집단에 속해있는 개체를 집단을 통해 이해하려는 시도는 여러 진화적 산물 중 '범주화'를 가능하게 해 일상생활에서 다른 물건, 사람을 이해하기 쉬운 도구로 쓰이고 있지만 이것이 간혹 정도가 지나치게 되는(예) 집단과 집단과의 무의미한 폭력적 대치) 것을 경험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한 마지막 파트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 이글의 문두에 잠깐 나왔던 내용으로 '뇌 과학자들에게 유용한 착각'이란 책 마지막 파트인 '10. 자기 자신'에 등장하는 내용을 토대로 적은 것이다. 여러 개선되어야 할 여지가 있는 부정적인 무의식적 편향들이 있지만 긍정적인 요소도 많다는 내용이다. 이 책을 통해 각종 이슈(차별, 선입견 등)들에 대한 의식적인 중립은 가능해도 무의식적 중립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그러나 인간은 그것이 가능하다는 믿음(일종의 착각)을 통해 부지불식간에 가능해야만 하는 이유를 만들어내고 이는 스스로가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이다.살바도르 달리가 자신을 사랑했던 것만큼 스스로를 착각에 빠지게 하기는 힘들고 또 그럴 필요도 없겠지만 책에 소개 되어있듯,‘길면 10년이 넘게 걸릴 과제를 시작하기 전에 1년 안에 마무리 지을 수 있을 것이란 착각’ 정도만 되어도 그것이 그 책을 실제로 만들어내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잠깐! 논외의 이야기지만 이는 또한 필자가 좋아하는 영드인 셜록 시즌4에 등장하는 명대사와도 맞물리는 부분이 있다!) 착각이라는 단어에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었으며, 착각과 믿음을 완전히 다른 범주로 나누어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데서 배울 점이 있었던 부분이었다.

     

     

    여러 연구내용들은 사실 다른 서적에서도 그 책의 내용들을 설명하기 위해 많이 썼던 연구들(몇몇은 널리 알려진 연구들이다.)이라 책에서 눈에 띌만한 추천 요소가 적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책의 접근성을 따져보았을 때 널리 읽힐 수 있는 베스트셀러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국내에서 베스트셀러가 되었던 책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책 중간 중간에 책을 놓을 수 없는 문장들이 종종 등장한다는 점에서 베스트셀러가 가지는 몇 가지 요소 중 '언제 다 읽었지?' 부분을 만족시키기 충분할 것이다.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