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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의 실패에 축배를 들어라- 김석욱
    리뷰/책 리뷰 2020. 6. 14. 20:33

    <나의 실패에 축배를 들어라 - 김석욱>

     


    나의 실패에 축배를 들어라나의 실패에 축배를 들어라- 김석욱

     


     

    처음 이 책을 대충 훑어보았을 때 나는 저자의 이야기를 기나긴 자소서 정도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모든 페이지를 그와 함께 대화하고나서 저자의 이야기는, 목소리는, 어조는. 흑단이 되어있었다. 단단히 그 속이 들어차있어 물에 가라앉으며, 그 색이 품격있고 존재 그 자체로 담담한.

     

     

    서평단으로서의 자격을 얻고, 그의 책을 읽고자 했던 까닭은 법륜의 즉문즉설 강좌를 듣다가 어느날 홀린듯 스님의 즉문즉설에 직접 참여했던 까닭과 마찬가지로 그를 더 가까이서 마주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유튜브 채널 '한의빌더'를 통해 처음으로 알게된 하나의 세상. 그 사람이 살아가는 세상이 궁금했고 간접체험하길 원했기 때문이다.


     

    책이 전반적으로 저자의 경험에서 비롯하였기에 이 서평에서도 자연히 나의 이야기를 꺼내게 된다. 책은 독자의 세상에서 재구성되고 독자의 시선에 녹아들며 독자가 살아가는데 필요한 도구를 제공한다. 내가 글을 통해 얻은 도구를 글로써 보여주는 것, 그것이 서평이라보아도 좋을 것이라 여겼기에 나의 이야기로 시작하고 또 정리해보고자 한다.


     

    필자의 누나는 치열한 삶의 산 증인이다. 노력의 천재이고 맹렬히 스스로를 태울줄 아는 지구상 몇 되지 않는 사람 중 하나이다. 다만 나는 그 옆에서, 그 그림자에서, 그것을 재능의 차이로 받아들였던 것이 나의 성장에 좋은 영향을 미치지는 못했다. 언제나 타고나야하며 타고나지 못하면 얻을 수 없다라는 생각을 무의식중에 가지게 되었기 때문이다.

     


    함께 미술학원을 다니고 피아노학원을 다니며 똑같은 기간을 배웠지만 항상 뒤쳐졌기에. 그러나 왜 격렬히 분노하고 참지못해서 경쟁하고 이기려는 생각을 한순간도 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그만큼 나는 어렸고, 동생이었고, 막내였다. 누나가 저 높은 곳에 떠있는 하나의 '별'로 여겨졌고, 나는 내가 내린 정의에 의해 별을 관찰하는 한 명의 평범한 인간이었기 때문이다.



    평소 사주나 점에 관심이 많아 어느날 잘 봐준다는 점집에 혼자 타로를 보러간적이 있다. 신점은 가격이 비싸 엄두를 내지 못했고, 타로점만 3번을 봤는데 현재 기억에 남아있는 것은 그 점에 대한 결과가 아니라 다른 것이다. 대화를 하다가 무엇이 원인이 되었는지는 모르겠으나 나는 "저는 큰 시험에서 약해서요." 라는 말을 했고 그 전까지는 친절했던 무당이 일순 정색하며 내게 호통을 쳤다. "누가 그 따위 소리를 했나?"


     

    나 자신이었다. 내가 나에게 굴레를 씌우고, 가능성을 막고 '나는 이렇다. 나는 저렇다. 타고나지 않았다.' 이렇게 정의를 내린 후 그 믿음을 강화하며 안도감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15,000원의 가치는 대단했다. 그 무당으로부터 들은 호통은 어찌보면 일반인들이 타로점을 보러가서는 얻기힘든, 엄청난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성인이 되고나서 처음으로 대학교에서 전액장학금을 받으며 독립적인 삶이 시작되었을 때, 아마 그때부터 내 인생은 변화하기 시작한 것 같다. 노력의 대가로 세상이 변화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또 이런 느낌이 아마도 누나의 삶에 진작부터 큰 요소였으며 그래서 치열한 삶을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가능성을 막아온 오랫동안의 세월, 눈을 가리고 있는 착각의 장막을 쉽게 걷어낼수는 없었다. 그것은 군대를 가서 몸 좋은 후임을 만나 운동을 배우고 웨이트 습관이 52kg의 몸무게에서 70kg으로 나를 탈바꿈 시키며 서서히 바뀌기 시작했다. 제대를 하고서도 운동만큼은 결코 포기하지 않는 가치로 자리잡았다. 그 습관이 세상을 이해할 수 있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고 또 나에게 강함을 선사하기에.


     

    책 65pg의 +에서 ++, -에서 0에 대한 내용을 읽으며 소름이 돋았다. 평소에 글을 적곤하는데 생각이 어떻게 이렇게 비슷할 수 있는가 싶었기 때문이다. -를 0으로 바꾸며 내 삶은 새로운 차원으로 접어들었다. 작년 이맘때 자기혐오에 관한 시집을 세상으로 출판하며 혹은 토해내며 다시는 이런 시를 쓰지 않으리라 마음먹고(현재는 비공개 상태로 전환했다. 혐오에 대한 시를 나를 이해해주리라 생각하는 2명의 멘토에게 선물했으나 이후 연락이 두절되었다. 혐오는 아무도 사랑하지 않는다. 그들을 이해한다.) 나 자신을 사랑하는 연습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나를 사랑하는 일은 무엇일까, 고민을 많이했다. 그러면서 몇 가지 방법을 찾았다. 다만 너무 안전한 방식이었기에 문제였다. 그 방식들 가운데 헬스만큼이나 스스로를 고통에 빠뜨리고 발전하는 방식은 없었다. 그래서 항상 운동을하며 다른 방식, 정신적 도구를 운동과 비교하고 운동만큼 괴로워했는가, 그만큼 성장하려면 괴로워했어야 맞는데 나는 성장에 대한 욕구만 또 가득했구나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몇 달째 아침 운동을 나가야지 하는 생각을 실현하지 못했다. 이유를 말해봤자 그것은 변명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저자는 흑단 의자에 나를 앉혀놓고 본인만의 그 특유의 말투로 나에게 말을 한다. 툭툭 떨어지는 무거운 단어들은 내 살갗위에 그대로 얹어져 일순 그와 함께한 시간만큼 갑옷을 입은 것만 같다. 세상에서 나를 보호하기 위한 갑옷이 아니라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무게의 갑옷임을 선포하는. 세상을 향한 도전에의 약속이다.


     


    내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줄 그런 충격적인 일은 없었습니다. 단, 한 번도요. 있었다면, 묵묵히 진행했던 해온 공부와 운동이었습니다. 그만큼 나를 충격적으로, 혁신적으로 바꾼 일은 없었습니다. 

    - 김석욱, 나의 실패에 축배를 들어라(84pg) -

     


     

    충격적으로, 혁신적으로. 사람들은 변화에 대해 임사체험만큼이나 강렬한 것이 없다면 인간은 변화하지 않으며 오죽 그것이 진리로 믿어져왔으면 '사람은 고쳐쓰는 것이 아니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하지만 웨이트 또한 나는 임사체험이라 생각한다. 의도적으로 몸을 아주 혹사시키고 죽음 근처로 몰아 무의식과 만나며 할 수 없다는 무의식의 의사를 꺾고 하나를 더 들고 또 이겼음에 뿌듯함을 느끼는 과정은 0.000001 임사체험이라 해도 되지 않을까.

     

     

    그래서 매일 쌓이고 쌓이는 것이 충격적이요, 혁신적이라는 말이 좋았다. 사람은 고쳐쓰는 것이 아니지만 나 자신은 고쳐쓸 줄 알아야한다는 것이 내 지론이기에. 최근 본능과 싸우고 대립하며 에너지를 많이 버렸다. 본능은 본능대로 지키고 싶고 발전은 발전대로 하고싶었기에 아침 운동에 실패를 한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욕심이 참 많은 사람의 특징이다. 그래서 욕심이 너무 많으면 이렇듯 계획이 이루어지기 힘들다.


     

    본능은 잠시 접어두어야겠다. 그것의 가치가 결코 낮다거나 저렴하다는 것이 아니다. 본능을 좇지 않으면 삶의 전반에서 소소한 불빛으로 빛나야 할 순간을 잘 파악하기 힘들다. 맛있는 음식에서 맛을 느낄 수 없게 된다. 하지만 현재를 사랑하고 본능을 사랑하더라도 버릴때는 버려야한다.



    가치와 가치사이에서 헤매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이 적격일 것이다. 그러나 저자의 목소리가, 저자의 몸이 어떤 노력에서 비롯되었는지 비슷한 것을 체감한적 없는 사람이라면 자칫 그의 이야기는 읽는이에게 공감이 되지 않을수도 있다. 치열한 삶을 살아가기를 하나의 목표로 삼은 인간이라면, 권해주고 싶다. 

     

     

    내가 더 소중히 여기는 가치를 본능이 침범하고 있다면 사랑으로 가지치기해야한다. 그것이 저자가 말하고 있는 바다. '누구나 다 하는 말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 수 있다. 하지만 그의 운동영상을 보고 담담한 말투를 들었던 사람이라면 결코 '누구나'의 범주에 한의빌더를 넣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을 것이라 단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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