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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emolition, 데몰리션.
    리뷰/영화 리뷰 2020. 8. 30. 12:07



    샤워를 하며 쏟아지는 따뜻한 물,

    혹은 물고기 두어 마리는 타고 올라갈 법도 한 대량의 소나기.


    그 안에 머무르게 되면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는다.

    잃을 것도, 얻을 것도, 아무것도 없어지게 된다.


    그래서 머리가 복잡해지면 시끄러운 곳을 찾게 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부술 수 있고 부서질 수 있기 때문에.


    지나가버린 관계에 대한 고찰.

    어찌보면 가장 순수한 파괴에 대한 묘사.


    최근들어 인생을 너무 무겁게 다가간 것 같다.

    동시에 우스운 것은 그 누구보다 내 삶을 가벼이 평가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온갖 고민은 다 하며 신중하게 움직이는 종이인형. 이름도, 표정도 없는.

    수천 장의 우리가 손을 잡으면 무거워질까, 바람에 날아가지 않을까.


    영화는 약간은 다른 줄거리였지만 일맥상통하는 바가 있다고 생각한다.

    수많은 종이인형들이 살아가는 시대. 

    강풍이 불어오면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인형은 날아가 버린다.


    출근길, 인형들 사이에서 춤추는 유일한 그는 가장 불완전하면서도 가장 완전한 인간이었다. 파괴를 목도하고 파괴를 행사하고 관계를 찾고 삶을 이뤄가는 그의 모습은 마치 담쟁이 덩쿨의 생애주기와도 비슷하게 보인다.


    죽을 수만은 없으니. 팔을 뻗어 생목의 가지를 붙잡고 휘감아 작은 파괴를 선사한다. 그것은 쌓이고 쌓여 다른 하나가 고사할 때까지 지속된다.

    따라서 사고가 나지 않았어도 주인공 부부 사이 관계는 온전치 못했을 것이다.


    내가 누군지 깨닫게 되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아무 생각도 없어지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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