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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량과 물리량의 단위 중 SI 단위(2)보고서 및 정보/공학계열 2017. 11. 24. 20:08
<물리량과 물리량의 단위 중 SI 단위에 대해(2)>
SI 단위계에서 사용되는 표준 접두어 중 큰 수들은 데이터의 용량을 표현하는 데에 주로 발견된다. 컴퓨터의 데이터는 기본적으로 비트(bit)라는 최소정보를 가지며, 이를 기본으로 한 여러 가지 데이터의 단위가 있다. 예를 들면 Byte는 8bit를 의미하며, Word가 16bit라면 Dword(double word)는 32bit 되는 등의 여러 단위가 존재하는 것이다. 그러나 다루는 데이터의 양이 시간에 따라 점차 증가하며 십진법으로 표기하는 SI 접두어와 2진수로 표현하는 데이터간의 혼동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데이터의 용량에도 kilo나 mega 같은 접두어를 붙여야만 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동양의 수 체계와 SI 단위의 접두어를 비교해보자. SI단위계의 접두어는 과거 동양에서 쓰이던 수의 크기를 나타내는 방식과 약간의 차이점이 있다.(표2) 중국에서는 십진법을 사용하였는데(아라비아로부터 도입하였다는 설도 있다.) 큰 수에서는 ‘만진법’이라는 것을 썼다.(SI단위계의 접두어는 k(kilo)부터 천진법으로 Y(yotta)를 향해 나아간다.) 만까지는 10배 마다 이름이 붙여졌지만 그 이상에서는 만 배마다 이름이 붙여졌던 것이다. 예컨대 만이 만 개면 억이 되고, 억이 만개이면 조라고 이름을 붙인 것이다. 이런 자리 수의 이름은 중국의 후한 시대에 있었다. 그러나 당나라 때에 와서는 불교의 영향으로 무한적인 시간, 공간을 표현할 수 있는 수의 개념이 필요하게 되었고, 그래서 보다 큰 수를 생각하게 되었다.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수량’을 ‘항하사’라고 하는데, 항하는 인도의 갠지스 강을 한자식으로 읽은 것이다. 그러니까 항하사는 갠지스 강변의 모래만큼이나 많다는 뜻이다. 또 '나유다', '아승기', '무량대수'라는 큰 수가 있는 데, 이들은 모두 불교의 금강경에서 따왔다.(SI 접두어들은 그리스어, 라틴어, 이탈리아어에서 유래했다. 각각의 어원이 뜻하는 바는 ‘모래만큼’같이 비유된 것이 아니라 숫자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조'까지는 흔히 볼 수 있는 단위이지만 그 이상은 형이상학적인 개념을 표현하거나 수나 시간이 무한하다는 것을 표현한다고 할 수 있다.
일설에는 글자 수가 많은 항하사부터는 만진법이 아니라 억진법으로 항하사는 10의 56제곱, 아승기는 64제곱, 나유타는 72제곱, 불가사의는 80제곱, 무량대수는 88제곱으로 보는 것이 옳다고도 한다. 20세기에 영어권 국가에서 등장한 구골(10^100)과 구골을 이용한 구골플렉스(10^(구골)), 구골플렉스를 이용한 구골플렉시안(10^구골플렉스)이라는 수는 동양과는 달리 명확한 사유체계에서 발생한 것은 아니지만 현재 가장 큰 단위이다.
분부터 시작되는 작은 수들은 동양의 경우 분, 리, 모 순으로 내려가는 1/10배마다 명칭이 있지만 SI 접두어는 d(deci), c(centi), m(milli) 까지만 명칭이 연속적이고 그 이후부터는 10^(-3)단위로 명칭이 존재한다. 동양의 작은 수들도 대부분 불교 용어에서 비롯된 것들이다. 진과 애는 둘 다 먼지를 뜻하는 말로 인도에서는 가장 적은 양을 나타낸다고 한다.(애진 혹은 진애는 티끌과 먼지를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세상의 속된 것들을 이르는 숨은 뜻이 있다.) 실생활에서 쓰이고 있는 뜻이 있는 경우도 있다. 모호와 순식, 공허, 청정 등은 우리가 생각하는 그 단어와 한자가 같다. IT산업과 나노 기술의 발전으로 원래는 일상에서 보이지 않았던 T(tera)와 n(nano)가 곁에 다가왔다. P(peta)와 p(pico)가 익숙해지는 날도 머지않았을 것이다.
1000단위로 끊어 읽는 것이 중국의 영향을 받았던 우리나라에서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도 알아보자. 세계화된 서양의 천진법과 우리나라에서 관습적으로 쓰고 있는 중국의 만진법의 차이로 인해 실생활에서 수의 단위를 바로 알아보기 힘든 경우가 있다. 숫자 133245가 있으면 이를 133,245로 천진법을 이용해 자릿수를 알아보기 쉽게 표기하는 것이 바로 그러한 경우다. 그러나 이를 읽을 때는 콤마가 찍혀있는 자리가 우리나라에서 쓰고 있는 단위와 달라 직관적으로 읽기가 쉽지 않다. 숫자가 커지면 커질수록 단위로 끊어 읽기 더 힘들어지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SI단위계의 접두어를 이용할 때는 편하므로 콤마는 3자리마다 끊어 적는 것이 오류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